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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Runway & Trend

Dries Van Noten 27SS, 감각을 깨우는 여름

by 초예민 2026. 7. 17.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은 언제나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매 시즌 새로운 컬러와 프린트,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컬렉션을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개별 아이템보다 하나의 분위기다.

27SS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컬렉션은 화려한 디테일보다는 공기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감각이 먼저 느껴졌다.

실루엣은 부드럽게 흐르고, 소재는 바람을 머금는다.

화려한 여름이라기보다, 해가 길어진 어느 오후를 천천히 걷는 듯한 여름이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얇은 오간자와 시어 소재, 가벼운 실크, 자연스럽게 구겨지는 리넨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옷에 무게보다 움직임을 더했다.

재킷은 구조를 강조하기보다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고, 셔츠는 피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여름 특유의 여유를 만든다.

실루엣도 흥미롭다.

오버사이즈도, 클래식한 테일러링도 아니다.

몸을 억지로 꾸미지 않으면서도 우아함을 유지하는 절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컬렉션 곳곳에 등장한 플라워 자수와 프린트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장식처럼 소비되지 않는다.

원단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드리스 반 노튼이 오랫동안 보여준 섬세한 텍스타일 감각이 이번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을 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계절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많은 브랜드가 여름을 강렬한 컬러와 가벼운 옷으로 표현한다.

드리스 반 노튼은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뜨거운 여름이 아니라, 여름 바람과 햇빛, 그리고 그 계절이 주는 감정을 옷으로 옮긴다.

그래서 쇼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컬렉션보다 하나의 풍경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번 시즌의 영감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대표작 『목신의 오후(L’Après-midi d’un faune)』에서 출발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는 그 작품처럼, 컬렉션 역시 선명하게 무언가를 설명하기보다 감각을 천천히 쌓아 올린다.

Julian Klausner는 드리스 반 노튼이 오랫동안 만들어 온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리듬을 더하고 있었다.

브랜드를 크게 바꾸려 하기보다, 기존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가볍고 유연하게 확장한 느낌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역시 컬러였다.

드리스 반 노튼은 항상 색을 잘 다루는 브랜드였지만, 이번 시즌은 특히 색의 농도가 인상적이었다.

선명한 원색보다 햇빛에 한 번 바랜 듯한 피치, 라일락, 세이지 그린, 옅은 옐로, 샌드 베이지가 컬렉션을 채운다.

서로 다른 컬러를 강하게 대비시키기보다 부드럽게 이어 붙이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같은 룩 안에서도 컬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하나의 팔레트를 완성한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색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컬러가 옷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온도를 설명하는 느낌이다.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을 보면 종종 ‘시적이다’라는 표현을 쓰게 된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조금 달랐다.

시적이라기보다 감각적(Sensual)이었다.

옷이 몸에 닿는 느낌, 바람에 흔들리는 소재, 햇빛 아래에서 달라지는 컬러.

이번 컬렉션은 그런 작은 감각들을 하나씩 모아 여름을 표현했다.

그래서 강한 룩 하나보다 컬렉션 전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기억된다.

브랜드를 이끌게 된 Julian Klausner는 이번 시즌에도 드리스 반 노튼의 정체성을 억지로 바꾸지 않았다.

대신 그 안에 조금 더 가벼운 공기와 새로운 계절감을 불어넣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컬렉션을 보며 가장 많이 떠올랐던 단어는 ‘감각’이었다.

화려한 장식도, 극적인 연출도 없이 소재와 컬러, 그리고 움직임만으로 여름을 느끼게 만드는 쇼.

그것만으로도 이번 27SS는 오래 기억에 남을 컬렉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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