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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Brand Story

Chopova Lowena, 전통과 서브컬처가 섞이며 만들어진 새로운 패션 감각

by 초예민 2026. 6. 22.

Chopova Lowena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브랜드다.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통 의상 브랜드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으려는 시도 자체가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 Chopova Lowena의 핵심은 ‘정의되지 않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만난 Emma Chopova와 Laura Lowena 두 디자이너의 협업에서 시작되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감각을 가진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전통 의상과 서브컬처였다. 특히 불가리아 전통 의상에 대한 연구는 브랜드 초기부터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이 요소는 브랜드의 가장 상징적인 디자인 언어로 이어졌다.

Chopova Lowena를 대표하는 스커트 디자인을 보면 그 출발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는 불가리아 민속 의상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인상은 전혀 다르다. 플리츠와 패치워크, 그리고 여러 개의 벨트와 메탈 하드웨어가 겹쳐지면서 전통적인 의상의 형태는 해체되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패션 오브제로 재구성된다. 여기에 등산용 카라비너나 키링 같은 스포츠 요소가 더해지면서, 의상은 하나의 기능적 오브제이자 장식적인 구조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브랜드가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히 “독특한 디자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맞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일부러 충돌시키는 방식에 있다. 전통과 스트리트, 수공예와 산업적 하드웨어, 그리고 과거의 문화와 현재의 젠지 감성이 한 옷 안에서 동시에 존재한다.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가 통일된 미학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Chopova Lowena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소재 선택 방식 역시 이러한 접근과 연결된다. 브랜드는 업사이클링과 데드스톡 원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단순한 친환경 전략이라기보다는 ‘동일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미세하게 다른 패턴과 질감이 나타나면서, 모든 제품이 조금씩 다른 개성을 갖게 된다. 이 차이는 대량 생산의 균질함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이런 구조는 패션을 소비재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다. 완벽하게 통제된 결과물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우연성과 차이를 허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Chopova Lowena의 옷은 입는 사람의 움직임이나 스타일링 방식에 따라 계속 다른 인상을 만든다.

브랜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명확한 단일 스타일을 찾기 어렵다. 어떤 시즌은 펑크 감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또 어떤 시즌은 학교 유니폼이나 스포츠웨어의 요소가 강조된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는 서로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혼합된 세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그래서 이 브랜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섞고 있는가”에 더 가깝다.

시장 안에서 Chopova Lowena는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와는 다른 위치에 있다. 가격이나 소재만으로 설명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각적 충격과 문화적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인지도를 만들어가는 구조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도 단순한 고급스러움보다는 “표현할 수 있는 옷”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는 완성된 미학을 제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정리되지 않은 상태 자체를 하나의 미학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전통과 현대, 기능과 장식, 규칙과 혼돈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패션이 꼭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Chopova Lowena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스타일이라기보다, 패션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의 범위를 확장하는 사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