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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Brand Story

Vaquera는 왜 늘 다음 컬렉션이 기다려질까?

by 초예민 2026. 6. 26.

패션에는 컬렉션이 공개될 때마다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되는 브랜드가 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이번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궁금해서다.

Vaquera는 그런 브랜드다.

거대한 브라 톱, 과장된 웨딩드레스, 사람보다 커 보이는 액세서리까지. 매 시즌 런웨이는 SNS와 패션 매체에서 가장 먼저 화제가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파격적인 쇼를 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컬렉션을 몇 시즌 꾸준히 보다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Vaquera는 단순히 눈길을 끄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패션이라는 문화 자체를 유쾌하게 바라보는 브랜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뉴욕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선

Vaquera는 2013년 뉴욕에서 Patrik DiCaprio, Claire Sullivan, Bryn Taubensee가 함께 설립한 브랜드다.

처음부터 기존 럭셔리 브랜드와 같은 길을 걷지는 않았다.

오히려 패션이 당연하게 여겨온 규칙을 질문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브라는 속옷이어야 할까.

웨딩드레스는 반드시 우아해야 할까.

럭셔리는 왜 늘 절제된 모습으로 표현되어야 할까.

Vaquera는 이런 질문을 컬렉션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쇼를 보고 나면 특정 아이템보다 하나의 장면이나 아이디어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런웨이보다 컬렉션이 더 재미있는 브랜드

흥미로운 점은 Vaquera를 실제 컬렉션으로 만나면 첫인상이 조금 달라진다는 것이다.

런웨이에서는 거대한 브라나 과장된 실루엣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막상 바잉을 하거나 제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현실적인 옷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반응이 좋았던 제품은 런웨이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피스가 아니었다.

브라를 레이어드한 것처럼 디자인된 티셔츠였다.

쇼에서는 하나의 퍼포먼스로 보였던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에서는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풀렸고,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저지 티셔츠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본 아이템이지만 원단과 실루엣의 완성도가 높아 실제 판매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래서 Vaquera는 쇼를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 런웨이의 아이디어를 현실적인 옷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Vaquera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머다.

하지만 그 유머는 가볍지 않다.

과장된 브라나 극단적인 비율도 결국은 패션이 가진 고정관념을 비트는 장치에 가깝다.

그래서 Vaquera는 종종 ’캠프(Camp)’적인 감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이야기된다.

진지함과 유머, 럭셔리와 키치, 현실과 판타지를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든다.

그렇다고 콘셉트만 앞서는 브랜드는 아니다.

컬렉션을 자세히 보면 셔츠와 저지, 데님, 테일러링처럼 기본적인 아이템의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

오히려 이런 균형감이 Vaquera를 오래 보게 만드는 이유다.


모든 시즌이 성공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Vaquera의 또 다른 매력은 시즌마다 분위기가 꽤 다르다는 점이다.

강한 아이디어를 앞세우는 브랜드인 만큼 어떤 컬렉션은 큰 호평을 받고, 어떤 시즌은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다.

개인적으로도 지폐를 모티프로 활용했던 시즌은 아이디어는 흥미로웠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 테마가 테일러링과 만나면서 평소 Vaquera가 보여주던 유쾌함보다 메시지가 앞선 느낌이었다.

반대로 브라를 레이어드한 티셔츠처럼 런웨이의 아이디어를 현실적인 제품으로 풀어낸 시즌은 훨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점도 Vaquera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늘 성공하는 브랜드라기보다, 매 시즌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브랜드에 가깝다.


다음 컬렉션이 기다려지는 이유

패션 브랜드는 많다.

독특한 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다음 컬렉션이 궁금해지는 브랜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Vaquera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주지만, 그 아이디어를 쇼에서만 끝내지 않는다.

과감한 런웨이와 현실적인 컬렉션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균형을 찾아간다.

그래서 쇼를 보고 난 뒤에는 “이번에는 또 어떤 장면을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들고, 컬렉션을 보다 보면 “생각보다 입을 수 있는 옷이 많네.“라는 인상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Vaquera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파격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 옷으로 설득해 내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Vaquera는 단순히 화제가 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패션을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만드는 브랜드로 오래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