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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Brand Story

Sonia Carrasco가 해석한 지속가능성

by 초예민 2026. 7. 16.

패션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많은 브랜드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환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옷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여전히 디자인이다.

아무리 좋은 철학을 가지고 있어도 입고 싶지 않은 옷이라면 결국 옷장에 오래 남지 않는다.

Sonia Carrasco는 그 점을 잘 이해하는 브랜드처럼 느껴진다.

이 브랜드는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 먼저 오래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

그리고 그 태도는 컬렉션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지속가능성은 철학보다 태도에 가깝다

Sonia Carrasco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브랜드다.

컬렉션은 유기농 면과 재활용 섬유, 책임 있는 생산 방식 등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쇼를 보고 있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런 설명이 아니다.

절제된 실루엣과 균형감 있는 테일러링, 그리고 담백한 컬러가 먼저 보인다.

브랜드는 지속가능성을 하나의 마케팅 문구처럼 앞세우기보다 디자인 안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래서 옷을 입고 난 뒤에야 ‘이 브랜드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구나’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 순서가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미니멀하지만 차갑지 않은 테일러링

Sonia Carrasco의 컬렉션을 보다 보면 구조적인 테일러링이 자주 등장한다.

직선적인 재킷과 셔츠, 여유 있게 떨어지는 팬츠는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차갑지 않다.

소재가 가진 자연스러운 질감과 부드러운 실루엣 덕분에 단정하면서도 편안한 균형을 만든다.

과장된 디테일이나 화려한 장식 없이도 충분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유행을 강하게 타기보다 몇 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꺼내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생각이 든다.


컬러도 오래 입기 위해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Sonia Carrasco의 컬러는 차분하다.

오프화이트, 크림, 브라운, 차콜, 올리브, 블랙처럼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는 색들이 컬렉션의 중심을 이룬다.

강한 컬러를 통해 시선을 끌기보다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팔레트를 만든다.

덕분에 하나의 아이템을 오래 입기도 쉽고, 다른 브랜드의 옷과도 자연스럽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

컬러를 선택하는 방식에서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브랜드의 방향이 느껴진다.


좋은 디자인이 먼저다

Sonia Carrasco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지속가능성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컬렉션을 먼저 보여주고, 그 뒤에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옷을 만드는지를 이야기한다.

그 접근이 자연스럽다.

지속가능성은 소비자에게 설득해야 하는 가치가 아니라, 브랜드가 당연하게 지켜야 하는 기준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Sonia Carrasco의 옷은 ‘환경을 위해 입는 옷’이 아니라, 디자인이 좋아서 선택하게 되는 옷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결과적으로 더 오래 입게 만들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옷으로 이어진다.


오래 입는 것이 가장 지속가능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패션은 늘 새로운 것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컬렉션,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실루엣.

하지만 옷장에 오래 남는 옷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은 유행보다 균형이 좋은 옷이다.

자주 손이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다시 꺼내 입게 되는 옷.

Sonia Carrasco의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그런 옷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좋은 소재를 선택하고, 생산 과정을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오래 입고 싶은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성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Sonia Carrasco는 그 순서를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이 브랜드가 이야기하는 지속가능성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좋은 옷을 만드는 태도에 가깝다.

결국 오래 입게 되는 옷이 가장 지속가능한 옷이라는 사실을, Sonia Carrasco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