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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Runway & Trend

Maison Mihara Yasuhiro, 덜어낼수록 더 미하라다

by 초예민 2026. 7. 17.

이미지 출처 : 보그 런웨이

Maison Mihara Yasuhiro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익숙한 셔츠는 비틀어지고, 팬츠는 예상보다 길어지며, 스니커즈는 녹아내린 듯한 형태를 가진다.

옷을 만드는 방식보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그래서 미하라의 컬렉션은 늘 새로운 자극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번 27SS는 조금 달랐다.

디자인은 여전히 미하라다웠지만, 표현은 한결 담백했다.

과감하게 해체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흐르고, 시선을 압도하기보다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이번 컬렉션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덜어낼수록 더 미하라다.

 

이번 시즌에도 Maison Mihara Yasuhiro 특유의 디테일은 분명히 존재했다.

길게 떨어지는 셔츠와 팬츠, 여러 겹을 자연스럽게 겹친 레이어링, 비대칭적인 균형감은 여전히 브랜드의 언어였다.

하지만 이전 시즌처럼 디테일을 과하게 강조하지는 않았다.

스트라이프 셔츠는 자연스럽게 구겨지고, 워싱된 아우터는 오래 입은 듯한 질감을 가진다.

밀리터리 요소와 워크웨어 디테일도 등장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일상적인 옷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디자인을 감상하기보다 스타일링 전체를 보게 된다.

하나의 아이템보다 여러 아이템이 만들어내는 균형이 더 인상적이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힘의 조절이었다.

Maison Mihara Yasuhiro는 늘 해체와 변형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굳이 모든 옷을 비틀지 않는다.

익숙한 셔츠는 그대로 셔츠처럼 남아 있고,

테일러드 재킷도 본래의 형태를 유지한다.

대신 비율과 워싱, 레이어링만으로 브랜드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컬렉션 전체가 훨씬 편안하게 읽힌다.

예전에는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이번 시즌은 옷을 입은 사람이 먼저 보인다.

그 변화가 오히려 더 자신감 있게 느껴졌다.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 과한 장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단계에 들어선 것 같았다.

 

이번 시즌은 액세서리 역시 컬렉션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Original Sole 스니커즈다.

Maison Mihara Yasuhiro를 대표하는 이 스니커즈는 손으로 점토를 빚은 듯한 독특한 아웃솔 덕분에 이미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이번 시즌에도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등장했지만, 예전처럼 신발이 룩의 중심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체 스타일링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컬렉션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가방도 마찬가지다.

크고 화려한 디자인보다 워싱된 캔버스와 부드러운 가죽을 활용한 토트백, 숄더백이 중심을 이뤘다.

사용감이 느껴지는 소재와 자연스러운 형태는 옷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것처럼 완벽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해 온 물건 같은 인상이 이번 시즌 전체를 관통한다.

 

아이보리, 샌드 베이지, 워시드 네이비, 카키, 브라운, 그레이.

선명한 컬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햇빛과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바랜 듯한 색들이 컬렉션을 채운다.

특히 여러 톤의 베이지와 카키를 겹쳐 입는 스타일링이 인상적이었다.

강한 대비를 만들기보다 비슷한 계열의 색을 쌓아 깊이를 만드는 방식이다.

그래서 컬러 역시 새로운 옷이라기보다, 이미 오래 입어 자연스럽게 변한 옷처럼 보인다.

이 컬러 팔레트는 해체보다 ‘시간’을 이야기하는 이번 시즌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Maison Mihara Yasuhiro는 늘 독창적인 브랜드였다.

그래서 때로는 디테일이 먼저 보이고, 아이디어가 먼저 기억되는 시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27SS는 달랐다.

이번 컬렉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주기보다, 지금까지 만들어 온 브랜드의 언어를 한층 자연스럽게 다듬은 시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디자인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을 조금 더 절제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에서 가장 좋았던 점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과장하지 않아도 미하라였고, 해체하지 않아도 미하라였다.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정체성이 이제는 작은 디테일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

그 자신감이 이번 27SS를 더욱 인상적인 컬렉션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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