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ko Kostadinov의 컬렉션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멈추는 순간이 있다.
프린트도 없고, 화려한 장식도 없는데 이상하게 눈을 떼기 어렵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이유가 보인다.
이번 27SS 컬렉션은 옷을 꾸미는 대신, 옷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첫인상은 단정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새로운 형태가 드러난다.
이번 시즌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은 하나였다.
형태는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절제였다.
Kiko Kostadinov는 늘 독창적인 패턴과 실루엣을 보여주는 브랜드였지만, 이번 시즌은 그 표현 방식을 한층 더 덜어냈다.
눈에 띄는 프린트도, 장식적인 디테일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곡선으로 이어지는 절개선,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는 볼륨, 비대칭적인 여밈이 옷의 형태를 만든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패턴 하나하나가 계산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셔츠와 재킷은 일반적인 테일러링과 닮았지만, 어깨와 허리의 균형을 조금씩 조정하면서 익숙한 옷을 낯설게 만든다.
Kiko Kostadinov가 잘하는 것은 새로운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옷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시즌은 유난히 조용하다.
강한 그래픽도 없고, 과장된 스타일링도 없다.
그럼에도 컬렉션 전체에는 분명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 이유는 형태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있다.
이번 컬렉션은 이탈리아 작가 **아고스티노 보날루미(Agostino Bonalumi)**의 입체 회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보날루미는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 내부에서 밀어 올려 표면에 새로운 형태를 만들었다.
Kiko Kostadinov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옷을 바라본다.
장식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화려한 디자인보다 옷의 구조를 천천히 바라보게 만든다.
그 접근이 Kiko Kostadinov다운 방식이었다.
이번 시즌 액세서리는 컬렉션을 설명하기보다 완성하는 역할에 가깝다.
가방은 기능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과장된 장식을 덜어냈고, 의복의 실루엣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신발 역시 같은 흐름이다.
Kiko Kostadinov 특유의 실험적인 풋웨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번 시즌은 독립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전체 룩과 하나의 구조처럼 연결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Oakley와의 협업 아이웨어가 눈에 띈다.
유선형 프레임과 미래적인 곡선은 옷의 구조적인 실루엣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컬렉션 전체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액세서리조차 하나의 장식이 아니라 형태를 구성하는 요소처럼 느껴졌다.
컬러 역시 형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선택처럼 보였다.
차콜, 그레이, 네이비, 올리브, 블랙.
전체적으로 채도를 낮춘 컬러들이 중심을 이루며, 강렬한 색보다 실루엣과 소재에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가끔 등장하는 블루와 브라운 역시 포인트라기보다 컬렉션의 흐름을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Kiko Kostadinov는 이번 시즌에도 컬러로 시선을 끌기보다 형태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룩 하나하나보다 컬렉션 전체를 봤을 때 훨씬 아름답게 느껴진다.
패션은 종종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요소를 더한다.
하지만 이번 Kiko Kostadinov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덜 보여주고, 덜 설명하고, 덜 꾸민다.
그 대신 옷이 가진 구조와 비례, 그리고 움직임에 집중한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한눈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보다 오래 바라볼수록 매력이 커지는 쇼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형태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보통 우리는 실루엣을 겉에서 완성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원단을 쓰고, 장식을 더하고, 디테일을 쌓으며 형태를 만든다.
하지만 이번 Kiko Kostadinov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만약 형태가 안에서부터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번 컬렉션은 충분히 기억할 만했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복잡한 스타일링 없이도, 옷은 얼마든지 새로운 형태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번 27SS Kiko Kostadinov가 보여준 가장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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