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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Brand Story

Acne Studios는 왜 패션 피플들의 옷장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by 초예민 2026. 6. 26.

Acne Studios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아마 머플러를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매년 겨울이 되면 핑크 컬러의 머플러가 SNS에 등장하고, 선물용 아이템으로도 꾸준히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Acne Studios는 전혀 다른 브랜드다.

누군가는 데님 때문에 Acne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티셔츠 때문에 Acne를 좋아한다.

또 누군가는 매 시즌 런웨이를 챙겨보며 조니 요한슨이 이번에는 어떤 장난을 쳤는지 기대한다.

그래서 Acne Studios는 조금 독특한 브랜드다.

대중에게는 머플러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패션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Acne Studios는 옷을 재미있게 만들 줄 안다.


데님 100벌에서 시작된 브랜드

Acne Studios는 199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됐다.

창립자인 Jonny Johansson 은 원래 패션 디자이너라기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당시 그는 광고, 그래픽 디자인, 출판 등 다양한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패션 브랜드를 만들 계획은 없었다.

브랜드의 전환점은 우연히 제작한 데님 100벌이었다.

빨간 스티치가 들어간 이 데님은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었고, 이후 Acne Studios는 본격적으로 패션 브랜드의 길을 걷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도 브랜드의 핵심 카테고리가 데님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플러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Acne Studios의 시작도 현재도 데님에 가깝다.


데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데님

Acne Studios의 데님은 묘한 매력이 있다.

클래식한 데님 브랜드처럼 전통적인 접근을 하지는 않는다.

조금 더 젊고, 조금 더 위트 있고, 조금 더 팝적이다.

워싱도 과감하고 컬러 활용도 자유롭다.

와이드 데님을 만들더라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스트레이트 핏을 만들더라도 어딘가 새로운 비율을 제안한다.

그래서 Acne의 데님은 입어보면 생각보다 편하다.

패션 브랜드가 만든 데님이라기보다 데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데님에 가깝다.

실제로 Acne를 오래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머플러보다 데님을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티셔츠를 보면 브랜드 성격이 보인다

Acne Studios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티셔츠다.

특히 매 시즌 등장하는 메쉬 레이어드 티셔츠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숨은 스테디셀러에 가깝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티셔츠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소매에 메쉬가 덧대어져 있거나, 레이어드한 것처럼 보이는 디테일이 숨어 있다.

이런 요소들은 런웨이에서만 존재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실제로 일상에서 입기 쉽고 스타일링하기도 어렵지 않다.

Acne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이다.

기본 아이템을 만들더라도 그냥 만들지 않는다.

항상 작은 장난과 위트를 남겨둔다.


런웨이를 보면 생각보다 귀엽다

많은 사람들이 Acne Studios를 스칸디나비아 미니멀리즘 브랜드로 이해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런웨이를 꾸준히 보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Acne는 생각보다 귀엽다.

그리고 생각보다 유머러스하다.

거대한 리본이 등장하기도 하고, 만화처럼 과장된 실루엣이 나오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컬러 조합이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 컬렉션에서는 조각 같은 드레스와 미래적인 소재, 과감한 텍스처가 등장하면서 브랜드의 실험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조니 요한슨은 언제나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춘다.

그래서 Acne의 런웨이는 늘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다.

 


왜 패션 피플들의 옷장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패션 업계에는 유행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브랜드가 많다.

하지만 Acne Studios는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예쁜 옷을 만들기 때문이 아니다.

데님은 편하고,

티셔츠는 위트 있고,

컬렉션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어렵지 않다.

그래서 Acne의 옷은 몇 시즌이 지나도 다시 꺼내 입게 된다.

유행보다는 취향에 가까운 브랜드.

Acne Studios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표현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Acne Studios를 좋아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바로 백과 슈즈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Musubi Bag 같은 성공적인 제품들이 등장했고, 신발 카테고리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데님이나 의류만큼 강력한 대표작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최근 컬렉션을 보면 브랜드가 이 영역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가죽 가공과 소재 활용은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Acne는 원래부터 데님 워싱, 코팅 소재, 시어 패브릭, 가죽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브랜드였다.

최근에는 이런 강점을 백과 슈즈까지 확장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그래서 오히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