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션/Brand Story

HYEIN SEO를 보면 서울이 보인다

by 초예민 2026. 6. 25.

서울은 재미있는 도시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빠르게 움직이지만 동시에 무심하다.

새벽까지 불이 켜진 편의점과 텅 빈 골목, 반듯한 빌딩 사이의 낡은 건물, 정돈된 사람들 사이의 어딘가 흐트러진 분위기.

그리고 HYEIN SEO의 옷은 종종 그런 서울을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이 브랜드를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익숙했다.

분명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인데도, 옷을 보고 있으면 서울의 거리와 공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HYEIN SEO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디자이너 서혜인은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했다.

마르지엘라, 라프 시몬스, 뎀나 같은 디자이너를 배출한 학교다.

졸업 컬렉션은 뉴욕 VFILES 무대를 통해 소개되었고, 곧바로 글로벌 패션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컬렉션은 기존 여성복과는 확실히 달랐다.

예쁘고 우아한 옷보다 거칠고 불안한 분위기가 먼저 느껴졌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현실성이 있었다.

그래서 HYEIN SEO는 처음부터 럭셔리 브랜드라기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이야기하는 브랜드처럼 보였다.


‘예쁘다’보다 ‘멋있다’가 더 잘 어울린다

HYEIN SEO의 옷을 보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예쁘다는 감상보다는 멋있다는 감상에 가깝다.

드레스보다 카고 팬츠가 먼저 떠오르고, 하이힐보다 부츠가 먼저 떠오른다.

완벽하게 정돈된 스타일보다 어딘가 무너진 실루엣이 더 자연스럽다.

그래서 HYEIN SEO는 흔한 여성복 브랜드와는 결이 다르다.

멋을 부린 것 같은데 무심하고, 거칠어 보이는데 계산되어 있다.

이 모순적인 균형감이 브랜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늘어진 티셔츠와 찢어진 레이어링

개인적으로 HYEIN SEO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레이어링이다.

이 브랜드는 옷을 깔끔하게 쌓아 올리지 않는다.

티셔츠는 늘어져 있고, 후디는 비틀어져 있으며, 원단은 일부러 낡아 보이기도 한다.

레이어드 역시 정석적이지 않다.

무언가 잘못 입은 것 같고, 조금 흐트러진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이상하게 멋있다.

그리고 이 감각은 생각보다 만들기 어렵다.

조금만 과하면 코스튬처럼 보이고, 조금만 부족하면 평범해진다.

HYEIN SEO는 그 중간 지점을 굉장히 잘 찾는다.


패션 기어를 가장 영리하게 사용하는 브랜드

HYEIN SEO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패션 기어다.

스트랩, 버클, 하네스, 멀티 포켓, 유틸리티 디테일.

이런 요소들은 최근 패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HYEIN SEO는 조금 다르다.

기능성 디테일을 단순한 장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브랜드의 언어로 활용한다.

그래서 HYEIN SEO의 옷을 보면 마치 패션과 장비의 경계가 흐려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 부분은 지금도 다른 브랜드들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유행보다 빨랐던 브랜드

지금은 너무 익숙한 스타일이 됐다.

디스트레스드 가공.

전술적인 디테일.

오버사이즈 실루엣.

기능성 스트랩.

젠더리스 무드.

하지만 HYEIN SEO는 이런 요소들을 훨씬 전부터 사용해 왔다.

그래서 몇 년 전 컬렉션을 다시 봐도 생각보다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지금 트렌드를 먼저 보여준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좋은 브랜드의 특징은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유행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점인데, HYEIN SEO는 그런 의미에서 꽤 특별한 브랜드다.


나이키와의 협업이 의미 있었던 이유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는 나이키와의 협업이었다.

물론 협업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HYEIN SEO와 나이키의 만남은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기능성과 스트리트웨어, 미래적인 감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협업은 단순히 로고를 공유한 프로젝트라기보다 HYEIN SEO의 세계관이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된 순간처럼 보였다.


HYEIN SEO가 특별한 이유

패션 업계에는 개성이 강한 브랜드가 많다.

하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브랜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HYEIN SEO의 옷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늘어진 실루엣.

찢어진 듯한 레이어링.

전술 장비 같은 디테일.

그리고 어딘가 차갑고 불안한 분위기.

이 모든 것이 합쳐져 HYEIN SEO만의 언어를 만든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단순히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하나의 시대와 도시를 기록하는 브랜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