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션/Brand Story

Maison Margiela는 옷보다 패션을 만든다

by 초예민 2026. 6. 28.

패션에는 멋진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많다.

하지만 Maison Margiela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온 브랜드다.

이 옷은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왜 안감이 밖으로 나와 있을까.

왜 오래된 옷을 다시 해체해서 새로운 옷으로 만들었을까.

그리고 패션은 어디까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Maison Margiela는 지난 30여 년 동안 그 질문을 가장 꾸준히 던져온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개인적으로도 Maison Margiela는 패션 하우스 브랜드 가운데 가장 ‘패션다운 패션’을 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오트쿠튀르의 실험성과 레디투웨어의 현실성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는다.

그래서 컬렉션을 볼 때마다 새로운 옷보다 새로운 생각을 먼저 만나게 된다.


해체주의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선이었다

Maison Margiela는 1988년 Martin Margiela가 설립한 브랜드다.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해체주의다.

실제로 안감을 밖으로 드러내거나, 빈티지 의류를 해체해 다시 만드는 작업,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봉제 방식은 모두 패션사에 큰 영향을 남겼다.

하지만 Martin Margiela가 정말 바꾸고 싶었던 것은 디자인 자체보다 옷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평범한 재킷도 구조를 조금 바꾸면 전혀 다른 옷이 될 수 있고, 오래된 빈티지 의류도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래서 Maison Margiela는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브랜드라기보다 익숙한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브랜드에 가깝다.


레디투웨어와 오트쿠튀르의 경계를 흐리다

Maison Margiela의 컬렉션을 보다 보면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분명 레디투웨어인데 오트쿠튀르처럼 보이는 옷이 있고,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도 현실적으로 입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브랜드는 두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보다 서로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 덕분에 컬렉션은 예술 작품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실제 옷으로서의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균형이 Maison Margiela를 다른 패션 하우스와 가장 다르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험을 위한 실험이 아니라, 패션이라는 장르 자체를 조금씩 확장해 나가는 방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Galliano는 Margiela를 복제하지 않았다

2014년 John Galliano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걱정했다.

극적인 연출의 디자이너와 절제를 추구했던 브랜드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Galliano는 Martin Margiela를 흉내 내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는 브랜드가 오랫동안 던져왔던 질문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풀어냈다.

특히 Artisanal 컬렉션에서는 오트쿠튀르의 기술과 연극적인 연출,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을 결합하며 Maison Margiela가 얼마나 자유로운 브랜드인지를 다시 보여줬다.

그래서 지금의 Maison Margiela는 창립자의 철학과 Galliano의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보기 드문 사례가 됐다.


패션쇼가 하나의 작품이 되었던 순간

최근 Maison Margiela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컬렉션은 단연 2024 Artisanal이다.

Pat McGrath가 연출한 도자기 인형 같은 메이크업은 패션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장면으로 남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컬렉션을 보면 가장 놀라운 것은 메이크업이 아니다.

옷과 메이크업, 조명, 음악, 무대가 하나의 작품처럼 완성됐다는 점이다.

패션쇼인지 연극인지, 영화인지 오페라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 그 순간은 Maison Margiela가 오랫동안 해왔던 실험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그 쇼는 아름다웠기보다, 패션이 아직도 새로운 감정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한 컬렉션이었다.


결국 Maison Margiela가 만드는 것은 옷이 아니다

많은 브랜드가 새로운 디자인을 만든다.

Maison Margiela는 조금 다른 것을 만든다.

패션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유행을 좇기보다 늘 한발 앞에서 질문을 던져왔다.

‘패션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 질문은 Martin Margiela의 시대에도, John Galliano의 시대에도 변하지 않았다.

아마 그것이 Maison Margiela가 지금도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하우스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일 것이다.

좋은 옷을 만드는 브랜드는 많다.

하지만 패션 자체를 앞으로 밀어내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Maison Margiela는 지금도 그 몇 안 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