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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Brand Story

귀여움을 뜨개질하는 Yan Yan

by 초예민 2026. 7. 19.

귀여운 옷은 많다.

리본을 달고, 프릴을 더하고, 핑크색을 입히면 누구나 쉽게 귀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귀여움은 조금 다르다.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몇 년 뒤 다시 꺼내 입어도 여전히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옷. 유행을 따라 만든 것이 아니라, 입는 사람의 기분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옷.

홍콩 니트 브랜드 YanYan은 바로 그런 귀여움을 만든다.

이들의 니트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장난스럽다.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마치 오래된 그림책 속 소녀가 입고 있을 것 같은 카디건과 스웨터를 현실로 꺼내놓은 듯한 분위기가 있다.


귀여움을 만드는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YanYan의 컬렉션을 보면 특별한 장식은 많지 않다.

오히려 작은 꽃무늬, 알록달록한 스트라이프, 손뜨개를 닮은 짜임, 파스텔 컬러처럼 누구에게나 익숙한 요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익숙한 것들을 조합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민트와 라일락, 버터 옐로와 브라운을 자연스럽게 섞고, 체크와 플로럴 패턴을 함께 사용하며, 빈티지한 카디건 위에 예상하지 못한 컬러 포인트를 더한다.

조금은 엉뚱하고, 조금은 촌스러운데 이상하게 세련됐다.

이 미묘한 균형이 YanYan만의 매력이다.

브랜드는 스스로를 ‘Playful Knitwear’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장난기 있는 옷이라기보다 입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옷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할머니의 옷장에서 시작된 소녀 감성

YanYan의 디자인에는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Modern Maa Maa Style’**이다.

‘Maa Maa’는 광둥어로 엄마를 뜻하는 말이지만, 브랜드가 이야기하는 Maa Maa는 어린 시절 기억 속 가족들의 옷차림을 의미한다.

할머니가 즐겨 입던 니트 카디건.

색색의 줄무늬.

조금은 투박한 손뜨개.

오래 입어 부드러워진 울 스웨터.

창업자들은 이런 기억을 그대로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옷장 속으로 자연스럽게 가져온다.

그래서 YanYan의 옷은 복고적이면서도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거를 흉내 내기보다, 기억이 주는 따뜻함을 현대적인 실루엣 안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YanYan이 사랑받는 이유는 ‘과하지 않은 귀여움’

패션에서 귀여움은 의외로 어려운 감정이다.

조금만 과해도 유치해지고, 반대로 너무 절제하면 개성이 사라진다.

YanYan은 그 중간을 정확히 찾아낸다.

리본 대신 컬러를 사용하고,

장식 대신 니트의 조직감을 활용하며,

실루엣보다 배색으로 개성을 만든다.

그래서 이들의 옷은 어린아이 같은 귀여움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도 좋아할 수 있는 소녀 감성에 가깝다.

빈티지 숍에서 우연히 발견한 카디건처럼 특별하고, 손뜨개 특유의 따뜻함 덕분에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니트는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

YanYan은 2019년 Phyllis ChanSuzzie Chung이 홍콩에서 설립한 브랜드다.

브랜드명인 **‘YanYan(人人)’**은 광둥어로 ‘모두’를 뜻한다. 다양한 사람과 문화, 그리고 홍콩이라는 도시의 일상을 니트 안에 담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중국 전통 의복의 디테일이나 홍콩 특유의 색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즐겁게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말한다.

남는 원사를 적극 활용하고, 소량 생산을 이어가는 방식도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지속가능성을 거창한 슬로건으로 내세우기보다, 오래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지속가능성이라는 태도에 가깝다.


Life is SHPP’s Pick

YanYan을 처음 접한다면 화려한 런웨이보다 카디건을 먼저 추천하고 싶다.

브랜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작은 꽃 자수, 알록달록한 배색, 손뜨개를 연상시키는 조직감, 그리고 빈티지와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실루엣까지.

한 벌만 걸쳐도 YanYan이 말하는 ‘즐거운 니트’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패션에는 멋있는 브랜드도 많고, 아름다운 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브랜드는 생각보다 드물다.

YanYan은 니트를 통해 그 사랑스러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그래서 이들의 옷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예쁜 니트가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한 땀 한 땀 엮어 만든 옷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YanYan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