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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Runway & Trend

Tanner Fletcher, 로맨티시즘을 입은 아메리칸 클래식

by 초예민 2026. 7. 21.

 

패션에서 ‘젠더리스’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 레이스와 리본, 진주 장식까지. 한때는 파격으로 여겨졌던 요소들도 이제는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일까. Tanner Fletcher 역시 종종 ‘젠더리스 브랜드’라는 한 문장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조금 아쉽다.

Tanner Fletcher가 보여주는 세계는 단순히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클래식 테일러링 위에 로맨티시즘을 덧입히고, 오래된 빈티지의 감성을 현대적인 실루엣으로 다시 풀어낸다. 결국 이들이 만들고 싶은 것은 새로운 성별이 아니라 하나의 취향이다.

사랑에서 시작된 브랜드

브랜드의 이름은 두 창립자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Tanner Richie와 Fletcher Kasell.

두 사람은 대학에서 만나 연인이 되었고, 함께 브랜드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패션 하우스를 꿈꾸기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모아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옷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빈티지 가구와 오브제, 공간과 라이프스타일까지 함께 보여준다. 브랜드를 하나의 컬렉션이 아니라 하나의 집처럼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Tanner Fletcher에게 옷은 독립적인 제품이 아니라 취향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다.

빈티지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꺼내온다

처음 컬렉션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빈티지다.

레이스 블라우스, 자카드 원단, 리본, 플리츠, 진주 장식.

마치 오래된 드레스룸에서 막 꺼낸 듯한 디테일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하지만 Tanner Fletcher는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과거가 가진 분위기를 오늘의 옷으로 다시 번역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로맨티시즘, 미국식 프레피 스타일, 웨딩웨어, 앤티크 인테리어에서 받은 영감을 하나의 컬렉션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어낸다.

그래서 이들의 옷에서는 특정 시대가 떠오르기보다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감정이 먼저 느껴진다.

디자이너들 역시 오래된 물건이 가진 시간과 이야기에 끌린다고 말한다. 새것의 완벽함보다 시간이 남긴 흔적에서 더 큰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Tanner Fletcher를 완성하는 디테일

브랜드를 대표하는 요소는 분명하다.

레이스 셔츠, 리본 타이, 진주 장식, 코르셋 디테일, 그리고 클래식한 테일러드 수트.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요소가 과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이스는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셔츠의 일부가 되고, 진주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수트의 분위기를 바꾸는 장치가 된다.

클래식한 재킷 위에 작은 리본 하나만 더해도 Tanner Fletcher 특유의 무드가 완성된다.

덕분에 컬렉션 전체는 여성복과 남성복 사이를 오가는 느낌보다, 하나의 스타일 안에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추는 인상을 준다.

전통적인 테일러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로맨틱한 요소를 덧입히는 방식은 지금의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운데서도 Tanner Fletcher만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뉴욕이 주목하는 신예 브랜드

브랜드의 가능성은 빠르게 인정받았다.

2023년 CFDA/Vogue Fashion Fund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뉴욕 패션위크를 통해 꾸준히 존재감을 키워왔다.

Bad Bunny, Troye Sivan을 비롯한 다양한 셀러브리티들이 브랜드를 착용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 역시 빠르게 높아졌다.

하지만 Tanner Fletcher가 주목받는 이유는 유명인의 착용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홈 컬렉션과 웨딩 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세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

지금 Tanner Fletcher가 향하는 방향도 바로 그곳이다.

Tanner Fletcher가 특별한 이유

지금 패션 시장에는 젠더리스를 이야기하는 브랜드가 많다.

하지만 Tanner Fletcher는 그 흐름 안에서도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이들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데 집중하기보다, 클래식과 로맨티시즘, 빈티지와 현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취향으로 연결한다.

그래서 Tanner Fletcher의 컬렉션은 옷만 기억에 남지 않는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음악을 들으며, 어떤 삶을 살아갈지까지 함께 상상하게 만든다.

좋은 브랜드는 새로운 유행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래 머물고 싶은 세계를 만드는 브랜드다.

Tanner Fletcher가 지금 가장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