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CHU의 컬렉션을 처음 보면 특별히 눈에 띄는 장식은 없다.
화려한 프린트도 없고, 강한 로고도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미니멀한 브랜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컬렉션을 조금 더 오래 보다 보면 이 브랜드의 핵심은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균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의 절제된 미학, 영국의 테일러링, 이탈리아의 장인정신.
SETCHU는 이 세 가지를 억지로 섞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가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 SETCHU는 동양과 서양을 절충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좋은 균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이름부터 하나의 철학이다
SETCHU라는 이름은 일본어 ‘와요셋추(和洋折衷)’에서 가져왔다.
서양과 일본의 문화를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하는 말이다.
디자이너 사토시 쿠와타(Satoshi Kuwata)는 이 단어를 단순히 서로 다른 문화를 섞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조화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의 이력 역시 브랜드를 그대로 닮아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패션을 공부했고, 새빌 로에서 테일러링을 익혔으며, 현재는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SETCHU의 옷에는 일본의 여백과 절제, 영국식 테일러링,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정신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압도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브랜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구조를 바꾸면 옷도 달라진다

SETCHU의 옷은 멀리서 보면 단정하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볼수록 흥미로운 디테일이 하나씩 보인다.
재킷은 접는 방식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고, 셔츠는 여미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실루엣을 만든다.
브랜드는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와 접힘을 패턴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결코 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입는 사람이 직접 경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래서 SETCHU의 디자인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보다, 하나의 옷을 더 오래, 더 다양하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가깝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되는 이유
2023년 SETCHU는 LVMH Prize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는 상이 아니다.
컬렉션을 여러 시즌 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유행을 쫓기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컬렉션은 처음 봤을 때보다 두 번째, 세 번째 볼 때 더 많은 디테일이 보인다.
패턴과 봉제, 비율과 구조는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오래 입을수록 가치가 커지는 옷을 만든다.
요즘처럼 강한 메시지와 자극적인 디자인이 주목받는 시대에 이런 태도는 오히려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
협업도 결국 같은 철학이었다

최근 컬렉션 또는 협업 이미지 삽입
SETCHU는 최근 ASICS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기능적인 러닝화 위에 일본적인 절제와 브랜드 특유의 구조적인 감각을 더하면서, 협업 역시 SETCHU다운 결과물로 완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협업을 해도 브랜드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상적인 제품일수록 SETCHU가 추구하는 철학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점은 브랜드가 처음부터 ‘입기 위한 디자인’을 고민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SETCHU가 만드는 것은 균형이다
패션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SETCHU를 보고 있으면 좋은 디자인은 새로운 형태보다 좋은 균형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기능과 아름다움.
브랜드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그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꾸준히 찾아간다.
좋은 옷을 만드는 브랜드는 많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기술을 과시하지 않고 하나의 언어처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SETCHU는 그 균형을 가장 조용하고,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일본 브랜드가 더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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