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Runway & Trend6 Tanner Fletcher, 로맨티시즘을 입은 아메리칸 클래식 패션에서 ‘젠더리스’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 레이스와 리본, 진주 장식까지. 한때는 파격으로 여겨졌던 요소들도 이제는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그래서일까. Tanner Fletcher 역시 종종 ‘젠더리스 브랜드’라는 한 문장으로 소개된다.하지만 이 브랜드를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조금 아쉽다.Tanner Fletcher가 보여주는 세계는 단순히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클래식 테일러링 위에 로맨티시즘을 덧입히고, 오래된 빈티지의 감성을 현대적인 실루엣으로 다시 풀어낸다. 결국 이들이 만들고 싶은 것은 새로운 성별이 아니라 하나의 취향이다.사랑에서 시작된 브랜드브랜드의 이름은 두 창립자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Tanner Richie와.. 2026. 7. 21. 작열하는 더위 속의 Rick Owens 27SS 매 시즌 Rick Owens의 런웨이에는 강렬한 장면이 등장한다.이번에는 파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의 분수였다.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Rick Owens는 쇼 시간을 오전으로 앞당겼고, 관객에게는 우산과 얼음물을 나눠줬다. 모델들은 분수 위에 설치된 금속 런웨이를 걸었고, 물줄기는 런웨이 양옆으로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쇼의 마지막에는 분수에서 튄 물이 라텍스와 가죽 위를 타고 흘러내리며 컬렉션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단순한 연출처럼 보일 수도 있다.하지만 이번 컬렉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극한의 환경에서 몸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몸을 감싸는 옷이 아니라, 몸을 지탱하는 구조Rick Owens는 이번 시즌 컬렉션을 설명하며 ‘텐세그리티(Te.. 2026. 7. 20. Kiko Kostadinov, 형태는 안에서 만들어진다 Kiko Kostadinov의 컬렉션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멈추는 순간이 있다.프린트도 없고, 화려한 장식도 없는데 이상하게 눈을 떼기 어렵다.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이유가 보인다.이번 27SS 컬렉션은 옷을 꾸미는 대신, 옷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그래서 첫인상은 단정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새로운 형태가 드러난다.이번 시즌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은 하나였다.형태는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절제였다.Kiko Kostadinov는 늘 독창적인 패턴과 실루엣을 보여주는 브랜드였지만, 이번 시즌은 그 표현 방식을 한층 더 덜어냈다.눈에 띄는 프린트도, 장식적인 디테일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대신 곡선으로 이어지는 절개선,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는.. 2026. 7. 18. Maison Mihara Yasuhiro, 덜어낼수록 더 미하라다 Maison Mihara Yasuhiro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자유로운 상상력이다.익숙한 셔츠는 비틀어지고, 팬츠는 예상보다 길어지며, 스니커즈는 녹아내린 듯한 형태를 가진다.옷을 만드는 방식보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그래서 미하라의 컬렉션은 늘 새로운 자극을 기대하게 만든다.그런데 이번 27SS는 조금 달랐다.디자인은 여전히 미하라다웠지만, 표현은 한결 담백했다.과감하게 해체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흐르고, 시선을 압도하기보다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이번 컬렉션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덜어낼수록 더 미하라다. 이번 시즌에도 Maison Mihara Yasuhiro 특유의 디테일은 분명히 존재했다.길게 떨어지는 셔츠와 팬츠, 여러 겹을 자연스.. 2026. 7. 17. Dries Van Noten 27SS, 감각을 깨우는 여름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은 언제나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매 시즌 새로운 컬러와 프린트,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컬렉션을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개별 아이템보다 하나의 분위기다.27SS 역시 마찬가지였다.이번 컬렉션은 화려한 디테일보다는 공기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감각이 먼저 느껴졌다.실루엣은 부드럽게 흐르고, 소재는 바람을 머금는다.화려한 여름이라기보다, 해가 길어진 어느 오후를 천천히 걷는 듯한 여름이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얇은 오간자와 시어 소재, 가벼운 실크, 자연스럽게 구겨지는 리넨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옷에 무게보다 움직임을 더했다.재킷은 구조를 강조하기보다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고, 셔츠는 피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 2026. 7. 17. AMIRI 27SS, 할리우드의 노스탤지어 패션위크를 보다 보면 어떤 쇼는 옷보다 하나의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AMIRI의 27SS 컬렉션이 그랬다.쇼를 보는 내내 떠오른 것은 오래된 할리우드 영화였다.노을이 지는 로스앤젤레스, 클래식한 호텔 바, 그리고 셔츠 단추를 몇 개쯤 자연스럽게 풀어 입은 남자의 모습.이번 시즌의 AMIRI는 이전보다 훨씬 조용했다.그렇다고 브랜드의 개성이 약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AMIRI가 꾸준히 이야기해 온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를 조금 더 깊고 성숙한 방식으로 풀어낸 시즌처럼 느껴졌다.패션 디테일의 특징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테일러링이었다.이전 시즌에도 재킷은 꾸준히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컬렉션 전체를 이끄는 중심축처럼 보였다.어깨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허리는 과하게 조이지 않는다. 팬츠는 길게 흐.. 2026. 7. 15. 이전 1 다음